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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WAYS, 평범한 두 남자의 로드 무비

by 아비투스 2022.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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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고 달콤한 와인 이야기

 이혼남, 영어 교사이자 작가를 꿈꾸는 주인공 '마일즈'는 와인 애호가다. 그의 절친한 친구 '잭'은 퇴물 배우이자 여성 편력이 있는 바람둥이다. 마일즈의 소설 출간 결정을 앞둔 어느날, 잭의 결혼을 기념하며 둘은 총각파티겸 Santa barbara로 와인 여행을 떠난다. 모든 일에 진지하고 조금은 심술이 난 듯한 마일즈와 다르게 잭은 무엇하나 무겁지 않고 하루하루의 행복이 중요한 낙천주의자이다. 마일즈는 이혼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와인이나 마음껏 즐기며 조용한 여행을 원하지만 잭은 결혼전 마지막이 될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싶어한다. 

 이런 두 남자 앞에 와이너리에서 일하는 '마야'와 '스테파니'가 나타난다. 마일즈는 마야에게 호감을 느끼고 잭은 스테파니에게 마지막 싱글 라이프를 장식할 여자라 생각하게 된다.  네 명은 같이 어울리기도 하고 각자의 시간을 지내기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진지한 마일즈와 쾌활한 잭의 캐릭터답게 여행길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다가가고 멀어진다. 

 잭의 결혼 예정 사실을 숨긴채 데이트하던 마일즈는 마야에게 실수로 말을하게되며 실망한 마야는 마일즈를 떠난다. 스테파니에게 두들겨 맞은 잭은 여행지에서 또 다른 여자를 만나며 지갑과 결혼반지를 잃어버리는 우여곡절을 겪지만 마일즈와 함께 잘 해결한다. 출간하기로한 소설이 출판사에서 거절을 하고 전 부인인 빅토리아마저 재혼한다는 사실을 안 마일즈는 마야마저 떠나고 잭도 다시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가며 외로움을 느낀다. 친구의 피로연에서 이탈하고 제일 특별한 날에 마시려했던 61년산 쉐빌 블랑크도 싸구려 햄버거집에서 종이컵에 따라 햄버거와 함께 마신다.

 그러다, 마야에게 전화가 오고 출판되지 않은 마일즈의 소설을 읽은 마야는 소설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사를 하고 마일즈는 바로 마야가 있는 곳으로 달려 마야의 문을 두들긴다. 

  

 

 

나만빼고 모두가 행복해

누구나 그런 날이 있을것이다. 나는 온갖 힘을 쏟고 노력해도 잘 안되고 서툰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해나가는 것처럼 보일때 말이다. 난 항상 제자리인데 모두는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먼저 힘들이지 않고 각자의 길을 나가고 있다고 느껴질때 말이다. 주인공 마일즈도 중학교 영어 교사로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소설을 쓰고 작가로 도전 하며 이혼한 전 아내를 잊지못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랑인 마야와의 관계를 발전해나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무엇하나 서툴어 잘 되는것이 없다. 

 주인공 마일즈를 연기한 Paul Giamatti 는 더없이 훌륭하게 배역을 소화했다. 미국 드라마인 '밀리언즈'로도 잘 알려진 폴 지아마티는 특유의 심드렁하고 불만섞인, 매사에 진지하고 불안정한 마일즈의 역할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연기했다. 감독인 Alexander Payne 도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감독이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을 잔잔하고 따스하게 그려내며 영화를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모든 드라마엔 갈등과 해소가 있기 마련이지만 가끔은 그 갈동과 해소의 정점이 개인적으론 과하게 느껴질때도 있다. 하지만 알렉산더 페인의 갈등과 해소는 매우 담백하고 현실적이다. 사이드웨이를 재밌게 보았다면 감독의 다른 영화인 '디센던트'도 추천한다.  

 

 

와인처럼 복잡한 삶

 미국의 와이너리가 많이 모여있는 캘리포니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답게 많은 와인이 등장한다. 특히 주인공인 마일즈와 마야는 와인을 통해 서로를 알게되고 호감을 느끼게 한다. 한 장면에서는 마일즈가 잭과 와인 시음을 하는데, 마일즈는 와인 시음을 하기위한 모든 절차와 매너를 준수하며 진지한 태도를 가진다. 반면 잭은 '언제 마실수 있어?' 라며 와인을 한 모금에 털어버리는 등 와인 애호가인 마일즈의 눈쌀을 찌뿌리게 만들때도 있다. 이는 영화를 보면 삶을 대하는 그 둘의 태도에서도 와인과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모든 절차와 불편한 속박을 지키지만 결국엔 망가져 버리고 마는 마일즈와 잘 모르지만 '취하면 된다' 라는 의견을 견지한 잭은 사랑과 삶에 있어서도 현재가 중요하다. 

 마지막엔 마일즈가 특별한 날에 마시려 아껴두었던 '61년산 쉐빌 블랑크'를 어두컴컴한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종이컵에 마시며 마일즈도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암시한다. 

 와인을 마시는데 많은 지식과 태도가 중요할까? 아니면 그저 그 순간을 즐기는 좋은 술과 사람이 결국 본질일까. 삶도 비슷한 것 같다. 가장 좋은 것들을 나중을 위해 아껴 두는 것이 맞을까? 아니다. 그 순간 행복하기 위해선 과거의 아픔과 서툴음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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