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상태인 아내의 불륜남에게 아내의 안부를 전해주다.
하와이에서 인정받는 변호사 맷(조지 클루니)은 아내(엘리자베스)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두 딸과의 관계도 역시 소홀하며 가정에서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가장이었다. 그의 아내는 바다에서 모터 보트를 타다가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회복하기 힘든 상태다. 맷은 엘리자베스와의 화해할 수도 없이 이별을 준비해야만 했다. 맷은 이런 사실을 알리기위해 두 딸을 모으고 장인에게도 이 말을 전하지만 모두의 비난은 맷에게로 쏟아진다. 하지만 맷은 묵묵히 받아들이며 그들의 감정을 받아준다. 첫째딸이 실수로 큰 딸에게 듣게되고, 심지어 친한 친구 부부를 통해 아내가 맷과 이혼후 그와 살기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것을 알고 분노하며 내연남을 찾아나선다.
영화는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전개하는데, 맷이 불륜남을 찾고 모든것으로부터 덤덤해진채 주변인들의 감정의 폭풍과 다양한 골치아픈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불륜남에게까지 이별의 시간을 배려해준다. 두번째는 맷의 땅 이야기다. 맷은 하와이 원주민 공주와 백인 은행가의 후손으로 태어난 덕분에 매우 큰 땅을 물려받아 집안의 의사결정권자이다. 원래는 그 땅을 팔아 리조트를 들어서게 하려고 하는 계획이 있었지만 끝내 팔지 않는다.
불륜을 저지른 아내는 혼수상태로 누워있고 심지어 그 불륜남에게까지 아내에게 이별할 시간을 배려해주는 맷은 영화 내내 지친듯한, 하지만 가끔은 분노를 이기지 못해 하와이의 활화산처럼 폭발하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은 한 개체를 이루지만 각자 분리된 섬과 같다.
영화는 아름다운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다. 늘상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하와이는 진주만 공습으로 인해 폐허가 되거나, 관광객들이 음모에 휩싸이거나 아니면 마우이 같은 디즈니 영화에서 처럼 판타지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하와이는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는 우리의 도시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와이에서도 출근을하고 하와이에서도 이혼을하고 하와이에서도 가족들과 울고 웃는다. 그저 특별할게 없다.
다만 몇가지 부분에서는 하와이가 주는 특별한점을 영화적 장치로 이용하고 있는데, 가령 왕(KING)의 혈통이 있어서 주인공의 가족은 하와이의 특정 지역을 소유하고 있고 가족이 공동체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섬으로 이루어져있는 하와이의 특성상 비행기를 타거나 같은 하와이 안에서도 이동을 통한 분위기의 전환이 가능하다. 엘리자베스와 불륜 관계였던 브라이언을 만나러 가기위해 섬을 이동할때도 바뀐 분위기를 활용한다.
이런 군도라는 하와이의 특징을 통해 영화는 가족을 이야기한다. 하와이라는 한 개체를 이루지만 각자 분리된 섬들처럼 가족도 그렇다. 한 개체로 묶여있지만 분리된 섬이고 그리고 서로에게서 점차 멀어진다. (영화 나레이션) 아내를 떠나보내며 멀어졌던 두 딸은 각자의 방식대로 다시 아빠와 가까워지고, 그렇게 다시 하와이가 된다.
남겨진 자들의 삶은 계속된다.
아내에게 별다른 이야기도 듣지 못한채 불륜사실을 알게되고, 나 홀로 남아 두 딸을 챙기며 장인에게까지 쓴소리를 듣고 심지어 불륜남에게도 소식을 전해줘야한다면 어떨까. 게다가 아내는 그저 잠든것처럼 아무것도 모른채 침묵하고있다. 다소 당혹스런 오프닝과 치정이 가득한 내용같지만 영화의 전개 방식이나 조지 클루니의 담담하고도 힘빠진 연기, 그리고 특별할것 같은 하와이의 평범한 일상이 더해져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답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가족에게 상처받고 다시 가족에게 치유받으며 맷은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보유한다. 가족이 주는 울타리만이 가장 값진 자산이란것을 엘리자베스와의 이별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영화 내내 같이하는 시드라는 캐릭터도 가족은 아니지만 이 여정을 함께하며 어느새 맷의 가족과 어울려 엘리자베스의 마지막까지 곁에있어준다. 심지어 평소엔 맷이 한마디도 대꾸할 수 없던 장인에게 대신 말대꾸를 하기도 한다. 가족은 큰 일을 같이 겪고 이겨내면서 더욱 가까워 지는것 같다.
가족과 인생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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